일상/백혈병 투병 일기

백혈병 (만성 골수성 백혈병_만성기) 걸린 뒤 후기 1편

Serki 2023. 2. 2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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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일상과 두통으로 지쳐가던 어느 날 

프로젝트 홀드와 함께 퇴사를 하기로 마음먹고 이번 설 연휴로 갖게 된 시간과 퇴사로 인한 약간의 여유로움

이 쉬는 시간에 그동안 다니지 못했던 병원들을 다니며 진찰도 받으며 건강 상태를 체크 

기왕 쉬는 기간에 받은 건강검진 (그냥 별 생각없이 쉬는 동안에 빨리 받자는 마음으로)

그리고 금방 다가온 2월 1일 입사 

쉬는기간에 받았던 건강검진 결과지 2월 7일

 

결과지에는 빈혈증, 이상지질혈증의심, 간장질환의심, 신장질환의심 

여러 가지 이상증상이 많았고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좀 이상하게 여긴 건 간수치였었는데 감마지티피가 355가 찍혀있었다 

술을 다이어트 한다고 많이 먹지 않았는데 좀 이상했다 

내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었는데 그냥 보면서 건강검진 한 곳에서 받으면 되겠지 

생각해서 평일은 일해야 하니까 토요일 주말을 이용해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2월 8일 오전 

출근하기전에 혹시 몰라서 건강검진 결과지를 대충 사진 찍어 출근했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내과좀 갔다 온다고 회사에 말한 뒤 회사 근처 내과로 방문했다 

방문해서 결과지를 가져왔으면 좋았을텐데 사진 찍어온 걸 보여드리며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숨 안차는지 빈혈 없었는지 하면서 혈액검사와 소변검사와 심전도 검사 복부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비장과 간이 정상인에 비해 너무 부었다고 하신다

지방간 일수도 있다며 얘기하시긴 했는데 

아무튼 이렇게 오전에 검사를 마치고 다시 사무실로 가서 일을 시작

오전 일을 끝내고 점심 먹고 오후 2시 반쯤 오전에 내과에서 전화가 온다 

사실 번호 등록도 안되어있어서 그냥 안 받으려 했는데 받았다 

 

내과 의사 - "아 00내과인데요 000님, 지금 어디 회사예요?"

나 - "네"

내과 의사 - "근데 지금 검사를 지금 급해서 빨리 봤더니 피검사가 너무 안 좋아요"

                   "백혈구에 골수에 문제가 있어요"

                   "그래가지고 간 비장이 너무 부어있고 백혈구가 너무 없고"

                   "지금 당장 ㅅㅅ이나 ㅇㅅ 응급실로 가서 검사받으세요"

                   "무조건 가세요 무조건 가서 백혈구에 문제가 있으니까 지금 당장 가세요 지금 바로 가세요"

                   "지금 증상 얘기하고 백혈구나 혈액에 문제가 있으니까 바로 가세요 무조건 응급실로 가세요"

                   "지금 검사가 다 안 나와서 뭐라 말할 순 없는데 나오면 바로 핸드폰 문자로 보내드릴게요"

                   "지금 바로 가세요"

나 - "네"

 

너무 급하게 통화하고 마무리가 되었다 

나는 일을 하던 중에 백혈구 뭐시기 기억나는 대로 적긴 했지만 백혈병이라고도 말했던 거 같다 

'내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건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옆에 일하던 동료한테 말했다 

나 백혈병이라는데? 

하며 웃었다 

너무 어이가 없었다 

그래서 백혈병 완치율 치사율 이런 걸 검색해 보다가 어차피 일 끝나고 가도 되겠지 생각했는데 

옆에 일하던 동료가 얘기하고 가보라고 해서 일단 같이 일하는 윗사람들께 얘기하고 

일단 나왔다 

어디로 가야 할지도 모른 채 일단 나왔는데 

가까운 ㅇㅅ병원으로 정하고 택시를 잡았다 

가는 동안에 눈물이 왜이렇게 나던지 별다른 정보도 없고 백혈병이라니까 

죽을병 같고 왜 내가 걸렸나 억울하면서 가는동안 눈물이 계속 났다

택시를 타고 도착해서 응급실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다른 응급환자들도 많았고 날이 좀 쌀쌀한데 줄 서서 기다렸다

내 차례가 되어 문진을 하고 들어가서 초진실에서 다시 처음부터 얘기하는데 

오전에 검사받은 곳에서 문자가 오지도 않았고 소견서도 없고 그냥 냅다 와가지고 

결국 다시 처음부터 다 검사를 해야 했다 

 

응급실에서 응급환자 순으로 돌아가다 보니 차례가 엄청 천천히 왔다 

초진실을 지나 진료실을 거쳐 다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 x-ray까지 다시 검사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중에 진료실 의사가 나와서 얘기하는데 

백혈구 수치가 너무 높다 보통 평균은 5,000~10,000 정도인데 나는 600,000 이 넘는다고 한다 

일단 정확한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현재까지는 그렇다고 하고 백혈병이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겨우 진정하고 있었는데 다시 또 터지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동맥채혈을 해야 한다고 간호사가 다가왔다 

다시 또 진정하며 손을 내어줬다

혼자 급하게 오다 보니 혼자서 모든 걸 견뎌내야 했다 

내 짐도 내가 들어야 하고 내 지혈도 내가 직접 해야 하고 어디서 부르는지 찾아가야 하고 

한참을 있다가 오늘 당장 끝날 줄 알았는데 그래서 걱정 많은 엄마에겐 전화하지 못하고 

아빠한테 전화해서 이따 결과 나오면 알려드린다 했었는데 

입원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입원해야 한다고 전화해서 알려드리고 기다리는데

침상이 지금 없어서 일단 대기하고 있다가 자리가 나면 누우라고 한다 

응급실 침상은 병실 침상보다 작다 공간도 좁고 

정신없는 와중에 중간중간에 열 체크와 혈압체크하고 오른팔에는 수액 두 개를 꼽아서 

바늘로 다 차지했고 왼팔은 그때그때 필요한 혈액검사를 위한 주사를 맞았다 

바늘을 평소에 무서워하진 않았지만 수시로 와서 피검사를 위한 혈액 채취를 해갈 때마다 

지옥 같다는 생각이 든 게 둘 쨋날부터 든 거 같다 

 

침대에서 그렇게 바늘 꼽아서 쉬고 있는 중에 부모님이 오셨다 

두 분이 병원에 오셨지만 응급실 출입은 보호자 1명만 가능해서 아빠가 들어왔다 

엄마가 들어오면 분명 뭔가 더 난리가 날 거 같아서 그랬던 거 같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아빠를 보고 나니까 혼자 있을 때 울고 그랬던 것들이 쏙 들어갔다 

오히려 건강한 모습 괜찮은 모습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실제로도 크게 달라진 건 없었다  그저 팔에 바늘이 잔뜩 꽂혀있어서 불편할 뿐

화장실도 혼자 왔다 갔다 할 정도였다 

병원에서는 산소가 많이 부족하다고 화장실 가다가도 숨차면 멈추라고 한다.. ㅋㅋㅋ

그 정돈 아니었다 그냥 좀 언덕 오르면 숨찬 게 좀 심해지는 정도??

그렇게 병상에 누워있다가 아빠는 왔다 갔다 하면서 엄마랑 얘기하고 간호사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러 다니시고 나는 그냥 누워있었다

저녁시간이 돼서 뭔가 먹긴 했어야 했지만 나는 공복 혈액검사가 필요해서 공복 유지 중이었다

시간이 지나 혈액을 뽑고 약을 주셨다 

하이드린이라는 약이었다 6알이나 먹어야 했다

그거 말고도 산소공급 때문에 통풍약도 먹었다 그것도 3알이었다 

마침 어차피 피도 뽑았으니까 저녁을 아빠가 사다 주셔서 그거 먹고 나서 약을 먹었다

뭐 딱히 첫날이라 할 건 없었고 그 이후엔 혈압체크랑 체온 체크만 했다 

그래서 부모님도 잘 곳도 없고 그냥 의자만 있으니 집에 갔다 아침에 오시라고 했다 

밤동안엔 불이 계속 켜져 있고 응급실이다 보니까 여러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한다 

안대와 귀마개가 있으면 좋다 

첫날이라 쌩으로 그냥 피곤해서 잠들었는데 곡소리가 들린다 여기저기서 아프다는 사람

간호사를 부르는데 간호사가 안 온다고 소리 지르는 사람 다양하다 

이렇게 하루가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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